2012. 4. 30.

우리 할머니와 아빠

할머니, 4월 28일 2012







우리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신다. 
시골에 갈 때마다 점점 더 안 좋아지시는 귀 때문에 나는 말수가 적어진다.
할머니는 우리 윤청이가 밥은 먹었는지 걱정되셔서 계속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신다.
나는 할머니께 큰 절을 하고 나서는 할 말이 없다.









할머니와 아빠, 4월 28일 2012








그렇게 잘 안들리는 할머니는 아빠만 만나면 꼭 보청기라도 단 것처럼 잘 알아들으신다.
사람은 귀로만 듣지 않는다. 사람은 마음으로, 영혼으로 교감한다.
할머니와 아들은 저렇게 만지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할머니와 아빠, 4월 28일 2012







우리 아빠가 할머니랑 같이 있을 때, 그제서야 우리 아빠가 할머니라는 엄마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곤 한다.
우리 아빠는 할머니에게 언제나 '병진아~'다.








할머니, 4월 28일 2012








할머니의 손, 4월 28일 2012









할머니의 발, 4월 28일 2012










할아버지, 4월 28일 2012





할머니의 방 창가에는 할아버지가 걸터앉아 계신다.
할아버지는 정정하시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 할머니를 바라보고 계신다.
할머니는 혼잣말로 할아버지에게 불평을 늘어놓곤 하셨는데, 인연의 끈으로 맺어진 정은 어찌하실 수 없으셨나 보다.







할머니의 방, 4월 28일 2012








할머니, 4월 28일 2012










시골집, 4월 28일 2012







우리 시골에는 개가 참 많다.
사랑이, 보람이...그리고 나는 이름을 모르는 개들.
모두 아빠를 졸졸졸 따라다닌다.

사랑이는 졸음에 겨워 누워있구나.








사랑이, 4월 28일 2012
















할머니와 아빠, 4월 28일 2012








할머니와 아빠는 헤어질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할머니가 거동이 괜찮으셨을 때는 밖에 나오셔서 아빠가 탄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곤 하셨다. 그러면 아빠도 창문을 열고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할머니와 아빠, 4월 28일 2012







아빠가 할머니께 우리 가니까 나오지 말라고 말하고 계시는 것 같다.
할머니는 아빠가 가려고 하면 계속 '병진아~'를 연거푸 부르셨다.
오늘도 변함없는 잠시의 이별 과정.

할머니가 아빠를 사랑하는 모습엔 하나의 잡티도 없다.
그저 병진아~라는 순수함만 남아 집으로 산으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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