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9.

너무 기대하지 않는 사진, 2월 19일 2013

전주 남부시장, 2월 19일 2013

 사진 마실을 나갈 때 좋은 사진을 기대하지 않는다.
 때 되면 밥 먹고, 졸리면 잔다. 나에겐 사진이 그렇다.
기대 없이 찍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 
가끔 운이 따라줘서 좋은 사진을 찍은 날, 스스로 토닥여주면 그 뿐이다.

나는 출사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출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진사가 출장 가서 사진을 찍음.'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출사는 사진가가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결심을 갖고 피사체에 다가가는 행위이다.
내가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이 바로 출사에 가까웠던 것 같다.















전주 남부시장, 2월 19일 2013

사람들은 출사나온 사진가들을 금방 알아본다.
어디 건질 사진 하나 없나 싶어서 두리번거리고,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마음에 다급하게 셔터를 누른다. 한마디로 힘이 들어간 상태인 것이다.
이 상태에서 사람들을 찍으면 "저를 왜 찍어요?", "사진 지워주세요, 당장." 
이런 대답을 듣기 마련이다.

요즘의 나는 출사가 아니라 사진 마실을 나간다.
집에만 있기 심심해서, 오늘따라 빛이 좋아서, 걷고 싶어서, 사람 사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카메라를 메고 산책하는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잡지 못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란 거의 없다.
내일도 오늘처럼 해가 뜬다. 해가 세상을 비추는 한 사진찍기는 언제나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힘을 빼고 사람들에게 다가갈 여유가 생긴다.
 이 상태에서는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내가 주위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주, 2월 19일 2013

아무도 없는 공중전화박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따뜻한 빛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빈 전화박스를 지키고 있었던 것일까?
 













 

전주, 2월 19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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