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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어머니! 저 왔습니다. 병진이."
할머니는 분명 대답을 하신 것 같은데,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
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언어는 도구일 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부모와 자식 간에 그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인사드리는 아빠.
부모와 자식 간에 그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인사드리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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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8월 4일 2012 |
할머니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신지 열흘이 넘었다.
평소에 뇌출혈하면 죽음이나 마비를 떠올려서 그런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기력이 약화되신 것일 뿐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기력이 약화되신 것일 뿐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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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아빠가 계속 얘기하고, 주물러 드리니 할머니가 힘겹게 입을 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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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8월 4일 2012 |
"밥이나 먹고 자자."
아, 할머니께 밥 세 끼는 어떤 의미였을까.
옛날에 농사지을 적에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일꾼들에게 밥을 줄 때에는 가정을
꾸리는 밑바탕이 되었을테고, 자식들에게 밥을 줄 때는 조건없는 사랑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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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8월 4일 2012 |
할머니의 눈은 병원의 흰 벽을 넘어 너른 보리밭을 응시하는 듯하다.
"보리 베러가자."
그 때가 생각나시는 가보다. 8남매가 모여살던 그 때. 일꾼들과 함께 보리 베러가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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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자꾸 눈물이 난다."
"왜?"
"작은 누이, 큰 누이가 그리워. 다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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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아빠의 표정은 할머니를 볼 때 가장 편안하다.
주먹을 힘껏 쥐고 있다가 갑자기 펼 때 느껴지는 편안함랄까?
어떤 일을 하든, 밥벌이하는 가장의 일상은 고되다.
어떤 일을 하든, 밥벌이하는 가장의 일상은 고되다.
편하게 마음먹는다 해도 나도 모르게 주먹이 힘껏 쥐어지고 긴장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 엄마를 보면 주먹은 어느새 스르르 풀려 엄마의 손을 잡고 있다.
표정도 영락없는 애기가 되어버린다. 엄마의 '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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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평소에도 아빠가 웃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이만큼 무장해제된 웃음은 보기 드물다.
아이의 웃음이 백발이 드문드문 나있는 어른 아이한테로 그대로 옮겨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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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할머니가 그토록 기다리던 밥 시간이다.
내가 생각하는 할머니(93세)의 장수 비결이 바로 "꼭꼭 씹어먹기"다.
밥도 아닌 죽을 아빠가 한 숟갈 떠 드리면 천천히 9번 정도는 씹어 넘기신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했지만, 역시 할머니답게 천천히 다~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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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빠, 8월 4일 2012 |
갈 시간이 되었다.
할머니가 '밥이나 먹고 자자'고 했기 때문에 이제 주무실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할머니가 잘 못 들으실까봐 귀 옆에 대고 얘기하신다.
"어머니, 가볼께요. 금방 다시 올께."
"어머니, 가볼께요. 금방 다시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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