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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10월 26일 2012 |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눈을 떠 아빠를 바라보셨다."
엄마가 말씀해주신 임종의 순간이었다.
할머니의 부고를 들었을 때, 무언가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감정은 만질 수 없었고, 점점 멀어져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하동으로 떠날 때 내 손에 들린 건 카메라 가방이었다.
장례식에 카메라를 가져가는 건 친척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게 분명했지만,
바로 지금이 내가 줄곧 찍어왔던 할머니와 아빠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때였다.
이 이야기를 열었던 사람은 나이므로, 이야기를 닫는 책임도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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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10월 26일 2012 |
큰 아버지는 형제봉에서 섬진강 쪽으로 날아오는 패러글라이더 대형을 보고,
하늘에 손톱이 한가득 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손톱과 같이 덧없이 자라나는 근심과 욕망을 하늘로 훨훨 날려보내시고
가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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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10월 26일 2012 |
"다시 땅으로 돌아가셨구나."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는 제사가 끝난 후, 할머니의 영정을 할머니 방 양지바른 곳에 놓으셨다.
그리곤 이제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그 방의 보일러 온도를 높이셨다.
하관할 때까지도 덤덤하던 내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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