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7.

할머니와 아빠, 마지막 이야기

할머니, 10월 26일 2012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눈을 떠 아빠를 바라보셨다." 
엄마가 말씀해주신 임종의 순간이었다.

할머니의 부고를 들었을 때, 무언가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감정은 만질 수 없었고, 점점 멀어져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하동으로 떠날 때 내 손에 들린 건 카메라 가방이었다.
장례식에 카메라를 가져가는 건 친척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게 분명했지만, 
바로 지금이 내가 줄곧 찍어왔던 할머니와 아빠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때였다.
이 이야기를 열었던 사람은 나이므로, 이야기를 닫는 책임도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10월 26일 2012

큰 아버지는 형제봉에서 섬진강 쪽으로 날아오는 패러글라이더 대형을 보고,
하늘에 손톱이 한가득 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손톱과 같이 덧없이 자라나는 근심과 욕망을 하늘로 훨훨 날려보내시고
가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할머니, 10월 26일 2012

"다시 땅으로 돌아가셨구나."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는 제사가 끝난 후, 할머니의 영정을 할머니 방 양지바른 곳에 놓으셨다.
그리곤 이제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그 방의 보일러 온도를 높이셨다.
하관할 때까지도 덤덤하던 내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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